1. 우연히 발견한 알루미늄 냄비 하나
주말 산책길, 동네 외곽에 있는 오래된 고물상에 들렀다. 뚜렷한 목적은 없었지만 가끔 그런 곳을 둘러보면 의외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어서다. 먼지 쌓인 팬과 주전자들 사이에, 유난히 반짝이는 작은 알루미늄 냄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손잡이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었고, 뚜껑 손잡이는 다소 마모됐지만 어딘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가격을 물어보니 단돈 2천 원. 아무 생각 없이 “괜찮겠지” 하며 구매한 그 냄비가, 그날 이후 작지만 꽤나 흥미로운 발견의 시작이 되었다.
2. 낡았지만 묘하게 단단한 그것
집으로 가져와 닦아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훨씬 양호했다. 약간의 얼룩과 찌든 때만 있을 뿐,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손잡이 밑부분에는 흐릿하게 **‘금성알루미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이름인데...’라는 생각이 들어 검색을 시작했다. 놀랍게도 이 냄비는 1970년대에 국내에서 꽤 유명했던 브랜드의 제품이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TV 광고도 나오고 주부들 사이에서 ‘국산 명품’처럼 여겨졌다고 한다. 무심코 집어든 냄비 하나가, 갑자기 나를 옛날 한국 주방의 한 장면으로 데려다놓은 기분이었다.
3. 금성알루미늄, 한 시대를 풍미한 국산 브랜드
금성알루미늄은 1960~80년대 초반까지 꽤나 영향력 있던 브랜드였다고 한다. 알루미늄 주방용품이 막 보급되던 시기에 합리적인 가격과 내구성으로 많은 가정에서 애용되었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리 엄마도 이 냄비 썼어요” “어릴 때 라면 끓여 먹던 그 냄비”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단순한 주방도구 그 이상으로, 한 세대의 생활 방식이 담긴 물건이었다. 요즘은 이런 제품이 ‘빈티지 키친웨어’로 다시 주목받기도 한다. 디자인이 촌스럽다기보다 오히려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4. 보물이란 결국, 기억을 담은 물건
이 냄비를 요즘 실제로 쓰고 있다. 인덕션은 안 되지만, 가스레인지에는 문제없이 사용 가능하다. 뭔가 특별한 맛이 나거나 하진 않지만, 이 냄비로 라면 하나 끓일 때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다. 고물상은 보통 ‘쓸모없어진 것들의 종착지’라고 여겨지지만, 가끔은 그 안에 누군가의 기억과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 물건들이 숨어 있다. 그걸 발견하고, 다시 일상에 녹여내는 즐거움은 꽤나 특별하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종종 고물상을 찾을 것 같다. 단순한 주방도구 하나로 이렇게 많은 걸 느낄 줄은 몰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