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핸드폰 광고, 지금 보면 기괴한(?) 디자인 열전
1. 기능보다 '디자인'이 먼저였던 시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그러니까 2000년대 초중반은 핸드폰 디자인이 그야말로 ‘실험정신’으로 가득했던 시기였다. 당시 광고들을 보면 기능보다는 외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슬라이드폰, 폴더폰, 회전폰, 심지어 변형 가능한 트랜스포머형까지 등장했었다. “이게 과연 편하려고 만든 걸까?” 싶을 만큼 독특한 구조의 핸드폰이 쏟아졌고, 광고는 그런 디자인을 ‘혁신’으로 포장하며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지금 보면 다소 웃기고 심지어 기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게 ‘세련됨’의 상징이었다.
2. 광고 속 상징, 디자인으로 말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LG의 초콜릿폰이다. 광고에선 강렬한 붉은 조명이 깔리고, 터치버튼이 은은하게 빛나며 마치 ‘미래에서 온 기계’처럼 표현됐다. 실제 사용자는 그 터치버튼 때문에 오작동에 시달렸지만, 광고만큼은 고급스러움과 세련됨 그 자체였다. 또 삼성의 애니콜 세이렌폰은 조개껍데기 모양의 폴더폰으로, 광고에선 여성미와 우아함을 강조했다. 지금 보면 “왜 핸드폰에 여성성을 얹었을까?” 싶은데, 당시엔 디자인이 곧 마케팅 전략이었고, 타겟층을 노린 상징적 시도였다. 어떤 모델은 액정이 회전하고, 어떤 건 터치패드가 슬라이드 뒤에 숨어 있었다. 기능은 불편해도, ‘남들과 다르다’는 걸 강조하는 게 핵심이었다.
3. 지금 보면 불편한 디자인 열전
사실 이 시기의 핸드폰을 다시 보면 ‘디자인 과잉’의 느낌이 강하다. 팬택&큐리텔의 큐리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본체에 화면이 회전하는 구조였는데, 회전할 때마다 뭔가 망가질까 조심스러웠다. 삼성의 스핀폰은 아예 액정이 축을 기준으로 돌아가며 다른 모드로 전환됐고, 키패드는 불규칙한 배열로 되어 있어 문자 하나 치는 것도 불편했다. 하지만 광고에서는 이런 디자인이 ‘당신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로 소비자에게 어필되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실용성은 떨어졌지만, 당시는 차별화된 외관이 곧 '감성'이자 '프리미엄'이었다.
4. 기괴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지금의 스마트폰들은 거의 다 비슷한 디자인을 갖고 있다. 평평한 직사각형에 터치 스크린, 거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외형. 그런 점에서 2000년대 핸드폰 광고 속 독특한 디자인은 오히려 ‘브랜드의 정체성’이 강했던 시절을 상징한다. 기괴하지만 창의적이었고, 불편하지만 눈에 띄었다. 지금 그 시절 광고를 다시 보면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신기하고, 또 어쩐지 그리운 감정도 든다. 그 시절 우리가 핸드폰에 기대한 건 단순한 통신 기기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었다. 그래서 2000년대의 기묘한 핸드폰들은, 오늘날보다 훨씬 더 ‘말이 많은 디자인’이었는지도 모른다.